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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영어를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유학생들 분 참조)
- 분류 교육
- 항목 일반
- 작성자 김쌤
- 작성일11-08-12 14:00
- 조회 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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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의 경험담입니다.
나만의 4단계 리스닝 전략
영어의 영역을 세분화해 본다면 문법, 어휘,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이 여섯 가지 영역 중에서 내가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한 부문이 바로 듣기이다.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여러 길이 있듯, 듣기를 정복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제시하려는 4단계 전략이 왕도라고 고집할 수는 없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으므로 그저 독자들이 내 방법을 접해 보고 나름대로 수정, 보완을 거쳐 자신의 학습에 가미해 활용하기 바란다.
하나, 듣기의 기초는 발음현상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말도 두음법칙이니, 자음동화니 하는 발음원칙이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 일단 영어의 기본적인 발음 패턴을 익히는 것이 첫걸음이다. 방학 내내 하루에 몇 시간씩 이해할 수 없는 AFKN을 보며 귀를 뚫으려 시도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다소 어리석은 방법이다. would have가 [우러브]로 들리는 '축약현상', butter가 [버러]로 들리는 '동화현상', prescription이 [퍼스크립션]으로 들리는 '이화현상', nice shirt가 [나이 셔트]로 들리는 '생략현상', keep on이 [키판]으로 들리는 '연음현상' 등의 기본 발음 패턴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익히는 데는 3
∼4일이면 OK.
둘, 독해를 통해 청취력을 향상시킨다.
자, 이제는 발음법칙을 알았으니 리스닝이 두렵지 않다. 읽을 때엔 잘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은 앞으로 되돌려 들을 수 없다. 듣기에 후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글을 읽을 때에도 되짚어 보지 말고 항상 앞을 향해서만 읽어나가도록 하자. 처음에는 힘들지 몰라도 직독직해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 익숙해지는 날이 있다. 그러면 독해가 리스닝이 되고, 리스닝이 독해가 돼 두 부문이 서로 상승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셋, 영문을 듣고 직접 받아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이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크다. 대안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영문대본을 보면서 듣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서 공부한 발음법칙이 실전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점검한다. 하루에 30분씩 열흘만 이 방법을 써도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특히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연음이 어떻게 들리는가에 집중하며 들어야 한다.
넷, 어휘력을 보강하라.
예를 들어 He milked two dollars out of me.에서 milk를 들었다고 해도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milk에 '뜯어가다, 짜내다'의 뜻이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리라, 이 문장은 '그 사람이 내 돈 2달러를 뜯어갔다'는 의미.
구어나 속어표현은 관련 서적을 따로 구입해 하루에 20개씩 꾸준히 1년 이상을 익혀야 한다. 처음에는 출현 빈도수가 높은 표현부터 공부한다. 물론 문맥 속에서 표현을 익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휘력 보강은 꾸준히 해야 한다. 한 단어를 암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한 단어를 외우는 데 10분씩 매달리기보다는 1분씩 10회에 걸쳐 보는 것이 더 효과적.
리스닝도 분야별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뉴스
앵커와 기자가 명확한 발음으로 다소 빠르지만 일정한 템포로 내용을 전달한다. 일단 뉴스는 속도에 익숙해지고 해당기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그다지 고난도의 청취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뉴스를 듣기 위해서는 시사 영어잡지를 되짚지 말고 앞으로만 읽어나가는 훈련을 한다. 읽는 동시에 내용 이해가 가능해진다면 바로 독해를 통해 리스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드라마·토크쇼·영화
드라마와 영화는 연음도 까다롭고 인물들의 대사가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도 흥분, 분노,
희열 등 감정이 담겨 있어 알아듣기가 어렵다. 게다가 표준영어에서는 접해 보지 못한 엄청난 양의 구어 및 속어표현이 나오므로 우선 표현을 익히는 것이 선행 내지 병행되어야 한다.
토크쇼의 경우, 논의주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 특정 주제와
관련된 어휘지식이 요구되므로 이들 프로그램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내가 제시한 전략을 근거로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청취법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몸소 깨달은 리스닝의 중요성
나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이른바 386세대다. 30대의 나이에,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다. 80년대의 영어교육은 회화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아 나는 머리가 굵어서야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도 리스닝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고 말이다.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알면서도 자국어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안 쓴다고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가 만난 파리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친절해 보이던 경찰관 아저씨마저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쥐어짜 고등학교 때 배운 불어실력으로 간신히 몇 단어로 더듬더듬 길을 물어 보았다. 하지만 그가 불어로 하는 설명을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한 말을 못 알아들으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리스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의사소통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eleven 하나로 시작한 리스닝
나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터라, 외국인이나 외국방송을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TV 안테나에 문제가 생겼는지 우리집에서 전혀 잡히지 않던 AFKN 뉴스가 나온 적이 있었다. 약 20 분 정도를 봤는데 알아들은 단어는 고작 eleven 하나였다. 그때까지 영어에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내가 얼마나 '영어 귀머거리'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난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는데, 교과과정에 있는 영작문이나 영어회화도 역시 형식적인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용영어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난 영어 동아리에 들어 리스닝을 공부했다. 선배들이 시킨 건 바로 dictation. 2분짜리 뉴스를 받아쓰면 16절지로 두 장 정도됐는데, 정말 과장 없이 백 번도 더 들었다. 20분 동안 뉴스에서 eleven 하나 듣던 내가, 받아쓰기를 하려니 많이 듣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집 녹음기는 남아나질 않았다. 요즘처럼 구간 반복기능이 없던 시절 되감기 버튼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점점 받아쓰기 속도가 빨라지고, 문장의 정확성도 향상되자,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서 AFKN 뉴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어는 들리는데 문장이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들리는 단어도 '어, 아는 단어인데 무슨 뜻이더라?'하고 생각하다 보면 수많은 단어들을 그냥 놓쳐버렸다. 리스닝을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처음엔 word가, 다음엔 phrase가, 그리고 나서 sentence, paragraph가 들린다는 것. 방법은 그냥 많이 듣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방에다 TV를 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AFKN 방송을 틀어놓거나, 우리
나라 방송에서 방영하는 외화도 음성다중으로 맞춰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테트리스 게임에 열중하던 중에, AFKN 드라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무작정 그렇게 영어방송에 파묻혀 있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리스닝 실력이
쌓였던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들리기 시작한다고 곧바로 모든 문장이 한꺼번에 다 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런데 많이 들을수록 머리 속에서 번역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리스닝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번역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통역대학원을 나온 친구들이 어떤 정보를 들었는데 가끔은 그게 영어였는지 우리말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듣게 된다. 바로 특정 언어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정보만이 뇌 속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영어 학습자들도 하루 빨리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가지 리스닝의 산을 넘기 위해 고전했던 내 경험에 비추어 리스닝 비결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분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지연 (외대 스페인어과, 통역대학원)
리스닝이 먼저냐, 스피킹이 먼저냐
누구나 제일 좋아하는 것을 제일 잘하게 마련이다. 좋아하면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니까.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영어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떨리는 감정이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처음으로 알파벳이란 것을 봤을 때 참으로 신기했고, 또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때 난 라디오 방송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 프로그램을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는 점만은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라디오 앞에 앉아 그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따라해 보라고 할 때는 크게 소리내서 발음하곤 했다. 이런 나를 보고 부모님도 참 신기해하셨다. 어쨌든 그 때부터 영어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어의 영역은 크게 읽기와 쓰기, 듣기, 말하기로 나뉜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무엇을 먼저해야 하는가를 놓고 씨름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는 먼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 나라는 영어 사용국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가능한 한 많이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팝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배웠다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들은 물론 팝송의 가사를 들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다. 또 그 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부르기 위해 가사를 발음나는 대로 적은 기억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 적어 놓았던 것을 지금 본다면 한심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쉬운 단어도 몰랐다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이 쌓여 영어 청취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표준발음을 구사하는 뉴스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가장 듣기 쉽고 편안한 부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1-2분짜리 단신의 경우도 처음 받아쓰기할 때는 몇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 모르는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는 정보의 보고이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압축해 표현 하게 되고 게다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정치나 일반 사회 뉴스는 그렇다치더라도 경제나 의학, 스포츠 관련 뉴스의 경우엔 그 부문에서 다루는 전문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뉴스와 관련된 영문기사를 읽어 본 후 받아쓰기를 하면 훨씬 수월하다.
받아쓰기는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관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하면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된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취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음을 느끼데 될 것이다. 처음에 단어 몇 개 들리는 것 가지고 다 들린다고
착각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또 청취력을 늘리려면 단어뿐 아니라 문장을 끊을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어디까지가
주부고 어디까지가 술부고 수식어구는 어디에 붙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모르는 표현들은 즉시 익혀두자
다시 말하지만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싫증도 나고 중도하차하기 쉽다. 하지만 관사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어휘수 늘리기와 많이 읽기이다. 내 경우엔 단어집에 의존하기보다는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여러 종류의 책과 잡지, 상품안내서 같은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라고 깨달으면서 가능하면 이런 문구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펼쳐놓고 그 단어가 들어 있는 여러 숙어도 함께 익히는 방법을 사용했다.
숙어와 관용어구를 많이 알아두는 것도 필수, 영화나 드라마, 토크쇼 등을 보면 지극히 미국적인 표현이 종종 나온다. 그때그때 관용구를 정리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큰 소리로 읽는 연습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읽으면 자신의 발음도 고쳐지고 머리에 더 잘 들어온다.
언어는 문화다. 따라서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선 미국이란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래도 미국영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청취력을 하루 아침에 향상시키는 비법은 없다. 끈질기게 파고들고 귀찮다고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항상 진지한 자세로 듣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것이다.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YTN 통역실 시절도 그랬지만, 현재 Neoquest English Plaza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정말 영어에 한 맺힌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또, '스피킹은 좀 하는데 듣기가 안됩니다', '독해는 잘하는 데 작문을 못합니다'식의 하소연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우리말로 생각해 보라. 글은 쓰는 데 안 들리다니?! 영어는 말이다. 하나의 유기체인 셈.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가 따로 있지 않다.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따로 노는 유기체가 있는가?
통역대학원 입학시험을 봤을 때의 일이다. 구술시험에서 시사문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했다.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병(Korean Disease)'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시절. 시험 몇 시간 전에 입을 푼답시고 '한국의 과소비' 특집기사를 커버 스토리로 실었던 Newsweek지를 사들고 달달 외웠다. 제발 '한국병'에 대해서 질문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신이 도왔던지 외국인 여자 교수가 '한국의 과소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냐'며 주제를 던졌다. 난 아주 여유있게 Newsweek를 보며 정리했던 대로 말을 풀어나갔다. 시험관도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과소비는 사회적인 병폐'라 한답시고 "Conspicuous consumption is a social disease."라고 내뱉고 말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교수. "A social disease?"라고 되물으셨고, 난 자신만만하게 "It sure is."라고 대답했다. 뭔가 석연치 않아 하던 그이 떱떨한 미소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서였다. AFKN에서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30분 내내 'social diseases'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전을 들춰보고 social disease가 '사회적 병폐'가 아닌 '성병'이라는 걸 알고 그 교수를 볼 때마다 쑥스러웠다. 그 입학시험 이전에도 social disease는 뉴스나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들어 봤다. 그런데 social은 '사회', disease는 '병'이니 당연히 '사회적인 문제 또는 병폐'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는 몰랐던 것. 누구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듣기의 기본은 탄탄한 영어실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좋은 발음이 있으면 나쁜 발음도 있다
YTN에서 통역사로 일하면서 하루의 절반은 헤드폰을 머리에 눌러쓰고 CNN을 보며 지내야
했다. CNN 기자 중에는 토종 미국인보다는 타지 사람이 많다. 그래서 발음도 제각각이다. 특히, CNN에서 각국 방송국의 현지기자 보도를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World Report의 경우, 향토색 짙은 영어 발음을 해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파키스탄 기자가 '빠르띠꿀럴리'라고 말하는 게 도대체 뭘까? 몇 시간을 고민하다 particularly라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 3분 짜리 기사를 다 듣고도 'Reporting for CNN World Report'라는 sign-off(뉴스 리포트를 마치는 말)밖에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마음대로 발음하는 폴란드 여기자에게 살기를 느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그런 기사를 통역할 수 있었던 것은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폴란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암호 같은 발음을 해독할 수 있었다.
듣기공부를 하면서 우리는 너무 '좋은 발음'에만 익숙해져 있다. 같은 미국인이라도 지역색이 있고 사투리가 있으며, 목소리에 따라서도 발음이 꼬이기 십상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어 못 듣는 사람을 위해서 또박또박 '왓 두 유 원트'라고 발음해 주는 자상한 미국인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듣기연습을 할 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각양각색의 발음과 억양을 들어 보고 전천후 청취력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또, 느려터진 오디오 테이프로 연습하는 것도 이제 없어져야 할 학습방법이다.
입과 귀는 따로 놀지 않는다
f와 p 발음을 구별해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이 'fine'과 'pine'을 들었을 때 구분할 리 없다.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발음대로 듣는 법이다. 제대로 들으려면 먼저 제대로 된 발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듣고 익히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통신 대화방에서 '안냐세요', '어솨요'라고 하듯,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should have를 발음나는 그대로 should of로, could have를 could of로 써 놓은 걸 볼 수 있다. 머리속에 담겨있는 발음과 귀로 들어오는 발음이 차이가 심하면 이젠 읽기도 힘들다.
결론적으로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를 병행해서 공부하는 게 전반적인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알지 못하는 건 읽을 수도, 쓸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 아닐까?
곽중철
'방송통역'이라는 새 장을 열며
통역요원들 모두 대학원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었지만 실제 통역경험은 많지 않았고 방송통역은 전혀 생소한 분야였다. 나도 80년대 중반 여의도의 2개 공중파 방송에서 생방송 통역을 한 경험은 많았지만, 위성으로 들어오는 뉴스를 번역하고 영상을 편집해 목소리를 더빙한 후 방송에 내보내는 작업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위성통역실'이란 10분 남짓한 별도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것은 우리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첫 방송을 앞두고 나는 요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숙달될 때까지는 원문에 충실할 것.
둘째, 우리말은 최대한 쉽고 짧게, 번역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할 것.
셋째, 뉴스 냄새가 나도록 언론에서 쓰는 말과 억양을 숙달할 것.
이 중 첫째 원칙이 청취능력과 직결된 것이었다. 방송 뉴스의 통역이란 시의성 때문에 신속하면서도 정확해야 하므로 확실한 청취력을 요하는 것이다. 이 정확한 청취력 배양을 위해 요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하나, 시사문제에 대한 상식이 없거나 그 내용을 모르면 그와 관련한 뉴스는 잘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신문이나 시사잡지를 철저히 읽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정통하라.
둘, 숫자 통역이 틀리면 변명의 여지가 없으므로 특히 숫자에 조심하라.
셋, 자신이 없는 내용은 임의로 번역하지 말고 꼭 데스크에 문의하라.
확실히 들려야 통역을 하지
그로부터 통역요원 8명과 정확한 리스닝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침 8시경 출근해 간밤에 근무한 요원 2명이 해놓고 간 통역물을 점검한다. 직접 모든 원문기사를 다 들어 볼
수는 없다. 이때 한 가지 요령이 있다. 통역해 놓은 우리말을 보면 맞게 한 통역인지 아닌지를 대충 알 수 있다. 우리말로도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잘못 들은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해서 낮에 근무하는 요원들이 퇴근하는 저녁 8시까지 그들의 작품을 철저히 점검했다. 중요한 부분에 오역이 있을 때는 담당요원에게 그 부분을 영문 그대로 받아 써보라고 지시했다. 이 방법은 모든 이들이 권장하는 가장 확실한 청취력 향상법 중 하나다.
대부분 방송통역을 처음 해보는 요원들은 초기에는 엉뚱한 실수가 잦았다.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7시까지 근무하는 야근조 2명은 졸리는 탓인지 재미있는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나의 불호령은 예외가 없었다. 눈물이 나도록 야단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치였다.
그런 과정에서 나 자신은 어떻게 청취력을 길렀는가를 회상하곤 했다.
1979년 통역대학원이 설립되고 1기 원생으로 입학해서 동시통역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후, 과연 이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회의를 느낀 것은 청취력 때문이었다. 여기서 내가 세운 목표는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소리내어 말하자는 것이었다. 불어를 함께 공부한 내 경우는 어려움이 더했다. 장시간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피로한 일인데 그것도 외국어를…….
청취가 괴로운 작업인 것은 사람의 귀가 정보를 흡수하는 데 가장 비효율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그것을 빠짐없이 알아들으려 하거나 통역까지 해야 하는 일이 그래서 힘이 드는 것이다. 녹음기를 갖다 놓고 돌려듣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을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녹음기와 이어폰과 친해지는 것이 청취력 향상의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80년 9월부터 83년 6월까지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파리의 통역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 청취력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청취력이란 '귀가 뚫린다'는 말처럼 귀속을 뚫는 고통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귀가 뻥 뚫리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뚫렸다 해도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그 귀는 다시 조금씩 메워져나간다. 귀를 뚫린 상태로 유지하려면 계속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만 한다.
후기
3년이 넘도록 방송 통역을 하면서 우리 요원들은 각자 순간순간 느끼고 배운 것이 너무 많았는데 막상 써보려고 하니 기억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라 안타까웠다. 역시 그때그때 메모를 해 놓았어야 했다. 그래도 책의 분량은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여러 사람의 경험을 종합해 보니 영어 청취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비결이랄까 원칙을 찾을 수 있었다.
▨ 많이 알아야 들린다.
영어 단어나 표현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이치, 상식이 풍부해야 영어도 잘 드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많이 읽고 많이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요,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원칙이다.
▨ 자신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어야 상대방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귀 먹은 사람이 말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면 남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영어공부를 할 때 정확한 발음으로 큰 소리로 많이 읽으라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 받아쓰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말이 들렸다고 거기에 만족하지 말고 한마디도 빠짐없이 그대로 받아 적어 보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귀찮은 작업이자만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위 세 가지 방법 모두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그 괴로움을 덜려면 자신에게 맞는 즐거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화면 영화, 노래면 노래 등 분야를 찾아 파고들면서 영어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면 된다.
어찌 보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편집증이 필요하다. 귀에 들리는 문장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문자화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청취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노래방에 가서 음정,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 한 곡을 완벽하게 불러보려고 노력하는 마음과도 같다. 그런 집념 없이는 리스닝을 늘린다는 것은 한낮 꿈같은 애기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