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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 0명... 싱가포르의 신박한 코로나 어플

  • 작성자   SuperAdmin
  • 작성일20-11-27 14:23
  • 조회  6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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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코로나 확진자 발생 수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이러다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1~2주 안에 포화 상태가 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등 의료진의 부족 및 코로나 대응으로 인한 다른 부분의 의료 공백도 걱정입니다. 거기에 더해 확진자 수 폭증은 역학조사를 통한 추적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역학조사란 전염병의 감염원과 전파 경로 파악을 위해 환자의 이동 경로 및 접촉 대상을 조사하는 일입니다. 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휴대폰 사용 내역, CCTV 분석,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하게 됩니다.
 
하지만 역학조사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역학조사는 잘 훈련된 역학조사관이 상시 근무하면서 하는 게 아니라 전염병 발생시 필요할 때 팀을 꾸려서 하는 거라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갑자기 인력을 충원된다 하더라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역학조사는 주로 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하는데 환자가 협조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오히려 코로나 예방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휴대전화나 카드 사용 내역, CCTV 분석 등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역학조사를 해도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의 비율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루 코로나 확진자 수십 명일 때는 어떻게든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지금처럼 하루에 500명이 넘는 확진자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고 그들이 접촉한 사람을 가려 내서 연락을 취하고 검사를 받게 하고 격리하는 건 엄청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가 확산세를 보이던 4월 7일부터 두 달간 록다운이 시행됐습니다. 록다운이 끝나고 확진자 수가 감소되었지만 전체적으로 해제하지 않고 3단계에 걸쳐 조금씩 제한을 풀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제 2단계로 5명 이내의 외식과 일정 규모 안에서 단체 활동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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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코로나 확진자 추세. 8월 이후로 많이 줄었으며 10월 이후에는 한 명도 안 나오는 날이 더 많습니다. ⓒ MOH (싱가포르 보건부)

 
그럼 일일 확진자 수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 11월 11일 이후로 2주 이상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해외 유입 사례 제외). 그럼에도 아직 해제 마지막 단계인 3단계로의 전환을 미루고 있습니다. 해제 3단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도 하지만 싱가포르 국민 70% 이상이 코로나 추적앱인 트레이스투게더(TraceTogether)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트레이스투게더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면 블루투스를 통해 근처에 있는 다른 휴대폰과 사용자 아이디를 주고 받게 됩니다. 2미터 이내에서 30분 정도 함께 접촉한 사람을 밀접접촉자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누구라도 코로나 확진자로 밝혀지면 밀접접촉자 모두에게 연락이 가고 조치가 취해지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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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휴대폰에 설치된 트레이스투게더 앱 화면입니다. 최근 14일간 코로나 확진자와의 접촉자가 없다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공공시설에 출입할때 이 앱을 통해 체크인을 하게 됩니다. ⓒ 이봉렬

 
휴대폰이 없거나 앱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위해서는 트레이스투게더 앱 역할을 하는 단말기를 무료로 나눠 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아이들은 이 단말기를 통해 접촉자 추적이 가능합니다. 싱가포르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이 단말기를 받고 출국할 때까지 소지해야 합니다.
 
10월 말 기준으로 싱가포르 인구의 45%만이 트레이스투게더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표치 70%까지는 아직 멀었습니다. 그러자 싱가포르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12월 말부터는 식당, 직장, 학교 및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출입할 때 트레이스투게더 앱 또는 단말기를 통한 체크인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공공장소 출입을 위해서는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어서 체크인 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걸 모두 트레이스투게더로 대체하겠다는 겁니다. 12월 말부터는 트레이스투게더 앱 또는 단말기 없이는 외출 자체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지난 14일간 밀접접촉한 사람을 파악하는 게 쉽고 또 정확하게 됩니다. 격리 대상자에게 즉각적인 연락을 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가 격리를 통해 추가 확진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앱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8월 이후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 든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10월 중순 이후로는 한 명도 안 나오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닙니다. 트레이스 투게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개인의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는 등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크고,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이런 식의 감시를 받게 될 거라는 걱정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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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에서는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휴대폰 앱을 이용해서 체크인을 해야 합니다. ⓒ 이봉렬

   
이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개인의 GPS 위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며, 데이터는 기기에만 저장되고 연락처 추적 목적으로만 정부와 공유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적다고 해명합니다. 단말기 사이에 주고 받는 데이터 역시 임시 아이디이고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제 3자가 개인을 식별할 수 없으며, 25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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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스투게더 정부 홈페이지에 적힌 개인정보 보호 관련 안내문 ⓒ Tracetogether

   
전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경로 추적을 위한 앱을 설치하도록 한 것은 싱가포르가 최초입니다.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확산 시기에 역학조사에는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디지털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이와 같은 방법에 대한 고려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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