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생활한번만 읽어주세요ㅠ 퇴사 고민입니다.
-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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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1-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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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싱가폴 한 유명 5성급 호텔 F&B Server로 취업해서 다니고 있는데, 회의감도 들고 이게 득이되는건지 시간낭비인지 좀 헷갈립니다.ㅠ
외항사 승무원 준비 중이고 우선 호텔 경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취업을 했고,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절실하고 닥치는대로 일단 뭐든 시작하자라는 마인드였습니다. (프론트는 경험이 없을 뿐더러 남자이고 제2외국어도 못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고, 그나마 F&B가 진입장벽이 낮고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뷔페인데, 프론트나 로비바, 라운지가 아니라 뷔페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서비스에 대한게 너무 없기도 하고 계속 접시만 닦고 채우고 있습니다.
뷔페러너로 일하고 있는데, 막내이니까 당연히 접시 닦고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빼고 다 캡틴이라 제가 서비스를 익혀서 할 수 있는 틈이 안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ㅠ 마치 전역하지 않는 수많은 병장들 틈 사이에서 이병으로 있는 느낌이랄까.. 현재 한달 다 되어가는 시점인데.. 고민이 많습니다. 만약 그만할거면(어차피 1년도 안할거면) 일찍 그만두는게 낮고, 할거면 1년은 무조건 버텨야하는데.. 역피라미드 구조이고 기회가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괴롭습니다..ㅠ
그리고 캡틴들이 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세요. 파트타이머로 할아버지도 몇 분 계시고.. (좀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호텔일하는데 젊은 사람 위주로 알았는데.. 싱가폴이라 그런가 아니면 여기만 그런가.. 뷔페라 그런건가.. 생각과는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환경 생각안하고 제 할일 하면서 경력 쌓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하면서 느껴지는게.. 아무래도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는 또래들과 일하는 것과 다르게 제가 엉뚱한 곳에 와있나 싶기도하고 괴리감이 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직원 식당 밥 먹으러가도 다른 부서(프론트, 로비바, 다른 레스토랑, 라운지, 컨시어지 등)들은 다 또래들인데, 저는 아저씨 아주머니 코워커들 사이에서 밥 먹고 있으니.. 솔직히 이런거 생각 안하려고 해도.. 자괴감이 좀 드는게 사실이에요.. 다른 부서 친구들은 호텔리어처럼 보이고, 전 호텔 청소 직원 같은 기분입니다..ㅠ
한편으로 다행인건 사람들은 좋아요. 다 저보다 어른들이셔서 제가 모르는거 잘 알려주시구요. 근무 분위기도 텃세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참 좋은데, 아무래도 환경적인 부분과 서비스 할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에 자꾸 의심을하고 확신이 안서는 것 같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1년 채워서 이력서에 채워넣는것만 생각하자 싶다가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건가 싶고...ㅠㅜ 서비스를 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데, 기회가 오질 않을거 같아서..)
러너를 하면서 처음엔 다들 겪고 올라갔을거라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육체적인 강도가 젋은 남성이 할 만한 정도더라구요.
저 말고 다른 쉬프트에 러너를 하는 또 다른 친구가 있는데, 우리 둘은 계속 이것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게.. 이거 할 만한 사람이 여기 없어보여요.. 다들 나이가 있으시고, 아주머니시고..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히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게 뷔페에는 상대적으로 없는 것 같아 허탈하기도하고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어나가야 하나 좀 막막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뷔페의 장점은 세계의 다양한 요리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게 나중에 승무원 면접보는데 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F&B가 프론트보다 승무원 업무에 훨씬 더 가깝긴한데, 커뮤니케이션으로 따지면 너무 허전한 것 같습니다.
호텔에 있는 다른 일반 레스토랑은 어떤지 모르겠어서 저도 이게 맞는건지 아닌건지 판단은 안서는데..ㅠ 서비스업처럼 잘 느껴지지가 않기도하고 호텔 뷔페 경력이 F&B부서 내의 로비바, 라운지 혹은 프론트와 비교했을 때, 괜찮을지 확신도 잘 안서는 것 같습니다.ㅜ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와서 시작하는거라 포기하는 것도 내키지도 않지만..(근무지에서 제가 첫 한국인이라더군요. 야망도 생기는 한편, 이래서 한국인이 없었나 싶기도하고..) 포기하면 또 새로 찾아야하고 채용정보 뜨고 지원하고 면접보고 기다리고 오퍼받고.. 그것도 붙었을 때 얘기이고.. 자칫 3~6개월의 시간이 그냥 지나가버릴 수도 있어서 왠만하면 버티는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여기있으면 발전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죄여옵니다..
그래도 에이전시 안끼고 혼자 구직해서 풀타이으로 온거라 뿌듯하기도 했고, 첫 직장이라 잘하고 싶어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료들도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이 많고 매니져도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서 그나마 한달 가까이 버틴거 같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일하거나 다른 곳 어딜가든 일하면서 이렇게 텃세없고 괜찮은 사람들 많은데가 있으려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근무환경은 정말 실망스럽고 확신이 안서지만, 생활적인 부분은 아주 만족하고 있어서.. 그만둔다면 좀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매일 막일하는 노예가 된 듯한 느낌에, 지금 이 시간이 인생의 낭비라고도 종종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하나 엄청 벅찬게.. 그래도 영어권이고 영어구사자로 뽑혀서 온건데... 유독 여기 환경이 중국이랑 같습니다..
매니져나 스텝 몇 명 빼고는 영어로 의사소통 제대로 안되서 언어장벽도 많이 느껴지고 그냥 중국에서 일하는 것 같더라구요.
중국어 공부할 기회로 삼아야겠다 싶다가도.. 많이 벅차네요.. 의사소통도ㅠ
마음정리가 잘 안되고 회의감이 들고.. 너무 답답합니다ㅠ
(커리어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 팔다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고 하겠다는 각오로 왔는데.. 지금 이게 맞는건지 자꾸 확신이 안 생기니까 동기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동안 뷔페러너로 일하면서 접시를 닦는한이 있더라도 버틴다면, 그래도 나중에 이력서에 커리어를 남길 수는 있을텐데.. (버텨야 문제지만요.. 체력적으론 버틸 자신 있는데, 정신적으로 자괴감이 들어 의문입니다) 버티는게 현명한 걸까요?
어차피 다른 대안을 찾아도 시간은 그냥 흘러갈 수도 있는거라 정말 지금 벅차지만, 쉽게 포기하기가 힘들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ㅠ 그만해야겠다 너무 벅차서 힘들다 라고 마음 정하고 요 몇일 다니고 있는데, 매니져가 그게 보였는지.. 어깨 한번 토닥여 주네요.. 포기하지 말라고../
제 문제인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ㅠ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