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생활[11탄] 싱가폴 회사생활 - 직장 동료 이야기
- 일반
- David Choi
- 18-01-30 16:00
- 3,192
#1.
싱가폴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싱가폴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우선, '책임지는 일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어느 직장에서나 동일한 부분이겠지만,
싱가폴에서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이 부분이 더욱 크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한국인 직장동료들의 경우,
'까짓거 내가 그냥 처리할께, 내가 한번 알아볼께'등의 소위 총대를 메는 고마운(?)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싱가폴 직장 동료들의 경우, 이러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책임지는 일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다'는 표현를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평소에 정말 친절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던 직장동료와 조금 민감한 사안으로 협의를 하게 된 적이 있었다.
여러가지 복잡했던 상황들을 다 정리하고 결론적으로 남게 된 최종 문제는 '누가 이메일을 쓸 것이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메일을 쓰는 당사자'가 앞으로 이 골치아픈 사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Follow Up을 해야 할 것이 훤히 예상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친절하고 상냥했던 이 싱가폴 직장동료는 절대절명의 순간 속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마음이 모질지 못한 내가 관련 사안에 대한 이메일을 쓰게 되었고, 그 후 거의 한 달 동안 해당 건을 Follow Up 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너무나 밝고 친절한 표정으로 'Hi~ Choi!' 하면서 인사를 한다.
그 때의 에피소드를 통해 싱가폴 직장동료들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느낀 점들이 있다.
- 자신의 업무영역을 벗어나는 일에 관련 되거나 책임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 하다는 것
- 정(情) 때문에 업무적인 도움이나 조력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물론,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싱가폴 직장인들의 전체적인 성향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다.
다만, 싱가폴에서 만나는 한국인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회사에서 만나는 싱가폴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2.
가끔씩, 싱가폴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
또 아예 이력서를 한번 첨삭해달라고 다이렉트로 이메일을 보내시는 분들도 있다.
비록, 싱가폴에서 취업 에이전시의 헤드헌터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의가 오면 최대한 성심껏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을 하는 편이다.
싱가폴 취업이나 Job Market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 하자면, 아마 여러번의 포스팅을 해야 할 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싱가폴 취업과 직장생활은 철저히 능력중심' 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채용 시장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소위 학벌이나 스펙에 관한 요소를 싱가폴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싱가폴은 철저히 능력중심의 사회이다.
단순히 좋은 대학이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취업이나 성공적인 직장 생활이 보장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스펙에 걸 맞는 진짜 역량이나 애티튜드(Attitude)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주고 증명하는 것은 인턴이나 계약직 같은 가장 낮은 포지션에서 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남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좋은 기업의 좋은 포지션으로 취업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ACCA(영국 공인회계사)라는 회계 자격증을 힘들게 공부하고 취득해서 회계 직무에 취업을 해도, 거의 대부분 Humble한 급여나 직무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능력은 그 다음 부터 하나씩 증명해 나가는 것이다.
#3.
싱가폴 직장인들의 소위 '철저한 개인중심적 업무 성향'은 어쩌면 이러한 싱가폴의 '능력중심적 직장 문화'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의 업무를 어느 누구도 대신 처리해주거나 책임져 주지 않으며, 또한 내가 다른 사람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거나 책임질 이유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다.
싱가폴 직장동료들은 친절하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철저히 지키는 편이다.
저녁 6시 퇴근 시간이 되면, 자신의 업무를 완벽히 마무리 했다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Cool하게 "Bye Bye~ See you tomorrow~"하고 바람 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또한 싱가폴 직장동료들은 굉장히 냉철하다.
정(情)이라는 부분이 크게 좌우하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보면 때론 정말 얌채 같고 의리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싱가포리언들의 철저한 능력중심적 업무 스타일이 더욱 합리적이고 속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이나 싱가폴이나 회사생활이 쉽지 많은 않다.
늘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주기적으로 반복 되는 것이 직장 생활인 듯 하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싱가폴 직장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국적과 문화를 넘어서 전달 되는 따뜻한 동료애를 경험할 때도 있다.
- 휴가 중인 동료가 사진을 찍어서 Whatsapp으로 보내 줄 때..
- 생일 케익 한 조각을 책상 위에 올려놔 줄 때..
- 연장근무를 하며 함께 피자를 나눠 먹을 때..
- 맛있는 Korean BBQ 식당을 알려 달라고 갑자기 전화가 올 때..
- 감기에 걸려서 하루 종일 기침을 하고 있는 나에게 캔디와 꿀을 살며시 건네어 줄 때..
그렇게 친절함과 냉정함을 겸비(?)한 싱가폴 직장 동료들과의 추억이 하루하루 늘어가고 있다.
[출처] https://blog.naver.com/memento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