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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생활 | [12탄] 싱가폴 이민 - 삶의 문제는 어디에나 있다.
- 분류 싱생활
- 항목 일반
- 작성자 David Choi
- 작성일18-01-30 16:01
- 조회 3,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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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고 있느냐 하는 것 보다,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같다.
가끔씩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카톡 메세지나 보이스톡을 받게 된다.
그리고 거의 빠지지 않고 싱가폴에서 사는게 괜찮은지, 한국보다는 더욱 살만한지 질문을 받곤 한다.
나도 물론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보겠다고 다짐을하고 싱가폴에 오게 되었다.
대학원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한번 다녀온 후, 유학의 꿈이 정말 불같이 타올랐었고,
고교 시절 보다도 더욱 열심히 토플공부와 전공 수업에 매진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막상 한국을 떠나겠다고 다짐하고 나니,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한번 씩은 했겠지만,
한국에서의 좋은 부분들 보다는 안좋은 부분들만 습관적으로 찾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었다.
유학 또는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서,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심지어 저 멀리 영국 옆에 있는 아일랜드라고 하는 나라까지
유학원이나 이민업체 등을 부지런히 연락하고 찾아다니면서 상담을 받았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각 나라별 학생비자나 취업비자 그리고 영주권 제도까지 거의 개괄적인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을 정도였다.
결국 고심 끝에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던 나라가 싱가폴이었고,
싱가폴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싱가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이 곳 싱가폴에서 하루하루 분주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막상 싱가폴에서 살게 되니, 이곳에 오기 전에 조사하고 예상했던 장단점들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들도 있지만,
정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싱가폴의 모습들에 놀라거나 당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더욱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삶의 문제는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삶의 문제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문제들로 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외국생활을 선택한 측면도 없지않아 있지만,
이곳 싱가폴에서 나는 또 다른 삶의 문제들과 씨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으로써 겪어야 하는 제도적인 불리함
그러한 불리함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경제적인 추가 지출
결국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언어와 문화적인 한계
같은 한국인들과의 관계에서도 겪어야만 하는 조심스러움과 불편함
어쩔 수 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
이것들 외에도,
외국에서 사는 것, 또한 싱가폴에서 사는 것이 결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렇게 외국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막상 외국에 오게 되었지만,
결국 또 다시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 IT 조직에 한국인 부장님이 한분 계셨었다.
싱가폴에 오신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시는 분이었고,
자녀 2명을 포함한 모든 가족이 싱가폴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다.
영주권 받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진 상황을 생각하면,
경력, 집, 자동차, 자녀 교육...
삶의 많은 부분들이 이미 잘 자리를 잡은 이 한국인 부장님은 내가 정말 부러워하던 롤 모델 같은 분이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사내공고에 이 부장님의 퇴직 공고가 올라오는 것이었다.
괜찮은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부장님의 룸에 찾아가서 노크를 했다.
내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 이미 왜 찾아왔는지 다 알고 계시기에 밝게 웃으며 커피 한잔 나누자 하신다.
따뜻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우리 인생의 또 다른 부분들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싱가폴에서 한창 커리어를 쌓으며 꿈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늘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분의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삶의 문제는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퇴에 관한 고민...
자녀교육에 관한 고민...
노후에 대한 고민...
한국에 계신 노부모에 대한 고민...
싱가폴에서의 여러가지 현실적인 삶의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이지만,
어쩌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삶의 과제들은 앞으로도 계속 뛰어 넘어야 할 여러개의 허들(Hurdle)들 중에 일 부분이라는 것을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삶의 문제는 어디에나 있다.
한국에도 있고, 이곳 싱가폴에도 있다.
한국에서의 삶의 문제를 피해서 싱가폴에 오면, 싱가폴은 또 다른 삶의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삶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근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를 잘 정립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 이곳 싱가폴,
아니 전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결국엔... 똑 같은 고민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허들을 피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높이의 허들이 계속 우리 앞에 놓여 있을지라도,
과감하게 도약해서 뛰어 넘겠다는 그런 도전적인 멘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허들을 더욱 잘 뛰어넘기 위해서는
허들이 높으면 높을 수록, 더욱 빠르게 허들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